[앵커]
경유차 배출가스가 미세먼지 주범으로 꼽히면서 정부가 배출 허용 기준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 중소기업이 배출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도 제품을 창고에만 쌓아놓고 판로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환경부가 관련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인증을 내주지 않기 때문인데 심지어 그냥 대기업에 기술을 팔라고 권유하는 말도 나왔습니다.
김병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흔히 DPF로 불리는 배출가스 저감 장치 개발 전문업체입니다.
이 업체는 6년 동안의 연구 끝에 자동차에서 뿜어져 나오는 배출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장치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기존 제품과 비교해 가격은 10분의 1수준에 불과하지만, 매연은 28% 줄이고 연비는 7% 이상 높여준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개발에 성공하고도 2년 동안 판매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진희 / 제품 개발업체 대표 : 환경부 인증을 신청했고, 허가를 받지 못한 상태입니다. 여러 가지 조건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기존 제품은 발생한 매연을 필터로 걸러 소각하는 이른바 '후처리' 방식인데 반해, 이 업체의 제품은 내연기관에 설치해 발생 단계부터 배출가스를 줄이는 '선처리' 방식입니다.
현재 환경부의 관련 기술검사는 후처리 방식에 대한 규정만 있어, 이 업체를 인증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없다는 겁니다.
결국, 생산 초기 물량 만여 개, 시가로 따지면 30억 원어치에 해당하는 제품이 이렇게 2년째 창고에 방치되고 있습니다.
수출길도 막혀 있습니다.
국내 인증이 어렵자, 독일 인증기관에 성능 실험을 요청해 뛰어난 효과를 인정받았지만, 해외 구매업체들이 국내 판매실적이 없다는 이유로 최종 계약을 미루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런대도 관련 부처는 규정만 내세우고 있습니다.
심지어 대기업에 기술을 팔 것을 권유했습니다.
[환경부 산하 교통환경연구소 관계자 : 현행 (측정) 방법으로 저감 효율이 나오는 장치가 아닙니다. 그렇게 좋은 장치를 개발했으면 현대차나 기아차로 가서 제안을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미세먼지와 전쟁을 선포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배출가스 규제를 늘리는 것만이 미세먼지를 줄이는 해법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YTN 김병용[kimby1020@yt.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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